머리에서/짧고굵게
중고책을 받아보다
생각의탄생
2010. 4. 8. 20:48
절판된지 오래된 책을 구할 길이 없어 아쉬워하다가
중고서적을 검색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의외로 쉽게 받아볼 수 있었다.
먼저 신문지로 감싼 뒤에
내가 좋아하는 누런색 종이로 한번 더 포장되어 배송된 책.
조금 변색되어 있어도, 누군가의 흔적이 남아있어도
오히려 기분이 더 좋은 것은 책에 쓰여진 이야기와 더불어
책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상상 때문이 아닐까.
그 전에는 먼지 쌓인 서고에서 오늘까지 오랫동안 기다렸을테고, 또
그 전에는 어떤 주인에게 자신이 가진 활자를 마음껏 내주었을 터이다.
그 때에는 아마 자신이 이렇게 여러 곳을 옮겨다닐 것이라 짐작하지 못했겠지.
오늘 밤에는 귀를 기울여 보리라.
네가 세상에 처음 나오던 그 날의 포부는 어떠했는지.
마지막 페이지에 서명하던 이십년 전 그 사람의 표정은 또 어떠했는지.
오랜 기다림은 얼마나 막연하고 힘들었는지.
다 들어주리라.
너에게서만 나는, 처음이지만 익숙한 종이 내음을 맡으며.
너의 세월만큼, 우리는 마치 오래도록 알고 지낸 사이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