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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EW
09년 7월 본문
1.
바오로딸 수도회 서점에서 작은 책 한권을 주문해 받아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누런색 서류봉투.
그리고 '혹시 다른 주문과 섞여 성물이 배송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부드러웠던 감촉의 정체는 일명 뾱뾱이였는데, 지극히 평범한 이 물건이 특별한
느낌을 주었던 이유는 한지 상자에 곱게 접힌 한복처럼 가지런한 포장 때문이었다.
왠지 조심스러워진 손길로 포장을 떼어내니 안쪽에는 역시 가지런히 접힌 영수증과
다섯장의 크고 작은 책갈피, -그들에게는 더욱 특별했을- 성바오로의 해 폐막월이자
예수 성심성월에 대한 특별한 안내문과 함께 좋은 느낌을 더해준 허브향의 작은
비누 두 개가 마저 들어있었다.
내가 소중하게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자 곧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단지 포장의 모양 때문에 행복해진 것일까?
아니지. 곰곰히 생각한 후에 찾은 단서는 주문 화면에 있는,
수녀님께 기도를 부탁드릴 수 있는 작은 공란에 있었다.
수도회마다, 수도자마다 하는 일은 다르다. 가장 기본적인 수도 생활 외에 누군가는
소외받은 이를 돌보는 소임을 맡는가 하면, 누군가는 노동을 통해 자급자족하고
사회에 공헌하기도 한다.
서점을 운영하는 일은 바오로딸 수도회 수녀님들의 소임중 하나인데
책이 만들어져 한 사람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그를 떠올리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하신다는 것을 생각하니, 그 마음이 전달되어 받은 감동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게다가 이 책은 내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정말 귀중한 것이 아니던가!
행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거창하거나 멀리에 있지 않으니
오늘은 내가 가장 축복받은 날인가 한다.
-------------------------------------------------------------------------------------------
느리지만 그래도 천천히 다가가고 있음을 느낀다.
늦었다고 생각했으나 늦지 않았다.
여전히 작은 용기만이 필요할 뿐.
7월.
참 오랜 고민의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는 달.
바보 인생을 마무리짓고 진짜 바보로 거듭날 수 있는 달.
내게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달이 될지도 모르겠다.
2.
서기 2020년 대한민국. 때는 바야흐로 "비만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의 시대.
대운하, 미디어법 등 설치류의 정권장악 이후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수없이
발생하던 이 나라는 결국 비만인들에게 "다량섭취죄", "1인2좌석 불법점거죄"
"빅사이즈 제작을 위한 옷감 낭비죄" 등의 죄목을 씌워 처형하기에 이른다.
이에 반란군의 우두머리 김 코너는 비만네이터를 2009년의 자신에게 보내
미래 사회를 경고하고, 뜀박질을 권유하고자 런닝화 하나를 뽐뿌질하게 되는데..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꺼야를 가뿐히 제낀 2009년 최고의 역작.
"(냉장고문) 열지마 먹지마 돼지될꺼야" 커밍순. -자매품 GT-2130-
3.
따가운 햇볕 내리쬐는 한낮의 녹차밭에서
땀흘려 그들을 재배하는 일이 우리 인생이라면
어스름한 저녁 달빛 아래
뜨거웠던 열기 고스란히 우려낸 녹차를 마시며
진한 내음 지난 나를 반추하는 것도 인생이겠지요
-----
찾아볼 것이 있어 15년도 더된 일기장을 들춰보았는데
잊고 지낸 것이 너무 많아 놀라울 따름이다.
특히 4학년때 선생님은 여러모로 안좋았던 기억뿐인데
매주마다 일기 내용에 대해 따뜻하게 글을 남겨준
유일한 선생님이 바로 그 선생님이었다는 사실을
방금 확인하고서는 충격에 휩싸였다는 사실.
사람들이 일기를 쓰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오늘 나는 거기에 한 가지의 이유를 더 붙여본다.
"기억의 균형을 위해 일기를 쓸 것."
5.
김해김씨 안경공파의 69대손 선조이시고 (나는 74대)
고향이신 충남 당진은 외가가 있는 곳이기도 한,
우리나라의 첫 사제이시며,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나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
6.
조군은 제가 땀을 많이 흘리는 이유가 인내심이 부족해서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그럼 저는 웃으며 조군에게 이렇게 말하곤 하지요.
7.
장마라고 하지만 갑작스레 쏟아지는 비를 제외하고는 그냥 흐린 날씨.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오늘같은 날은 맞바람이 시원하게 분다는 사실.
내 방문과 거실 유리문을 모두 열면
연아의 씽씽 에어컨과는 비교도 안되는 살아있는 바람이 불어오는데
문고리를 잡고 움직이면 미풍에서 강풍까지 세기도 조절할 수 있다.
8.
도전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최고가 되는 것이고
최고가 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되는 것이다.
외롭고 쓸쓸했던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 했지만
전 세계의 추모 물결 속에서 그가 곧 인류의 전설로 남았음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제는 고인이 된 마이클 잭슨.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바오로딸 수도회 서점에서 작은 책 한권을 주문해 받아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누런색 서류봉투.
그리고 '혹시 다른 주문과 섞여 성물이 배송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부드러웠던 감촉의 정체는 일명 뾱뾱이였는데, 지극히 평범한 이 물건이 특별한
느낌을 주었던 이유는 한지 상자에 곱게 접힌 한복처럼 가지런한 포장 때문이었다.
왠지 조심스러워진 손길로 포장을 떼어내니 안쪽에는 역시 가지런히 접힌 영수증과
다섯장의 크고 작은 책갈피, -그들에게는 더욱 특별했을- 성바오로의 해 폐막월이자
예수 성심성월에 대한 특별한 안내문과 함께 좋은 느낌을 더해준 허브향의 작은
비누 두 개가 마저 들어있었다.
내가 소중하게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자 곧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단지 포장의 모양 때문에 행복해진 것일까?
아니지. 곰곰히 생각한 후에 찾은 단서는 주문 화면에 있는,
수녀님께 기도를 부탁드릴 수 있는 작은 공란에 있었다.
수도회마다, 수도자마다 하는 일은 다르다. 가장 기본적인 수도 생활 외에 누군가는
소외받은 이를 돌보는 소임을 맡는가 하면, 누군가는 노동을 통해 자급자족하고
사회에 공헌하기도 한다.
서점을 운영하는 일은 바오로딸 수도회 수녀님들의 소임중 하나인데
책이 만들어져 한 사람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그를 떠올리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하신다는 것을 생각하니, 그 마음이 전달되어 받은 감동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게다가 이 책은 내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정말 귀중한 것이 아니던가!
행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거창하거나 멀리에 있지 않으니
오늘은 내가 가장 축복받은 날인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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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그래도 천천히 다가가고 있음을 느낀다.
늦었다고 생각했으나 늦지 않았다.
여전히 작은 용기만이 필요할 뿐.
7월.
참 오랜 고민의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는 달.
바보 인생을 마무리짓고 진짜 바보로 거듭날 수 있는 달.
내게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달이 될지도 모르겠다.
2.
서기 2020년 대한민국. 때는 바야흐로 "비만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의 시대.
대운하, 미디어법 등 설치류의 정권장악 이후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수없이
발생하던 이 나라는 결국 비만인들에게 "다량섭취죄", "1인2좌석 불법점거죄"
"빅사이즈 제작을 위한 옷감 낭비죄" 등의 죄목을 씌워 처형하기에 이른다.
이에 반란군의 우두머리 김 코너는 비만네이터를 2009년의 자신에게 보내
미래 사회를 경고하고, 뜀박질을 권유하고자 런닝화 하나를 뽐뿌질하게 되는데..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꺼야를 가뿐히 제낀 2009년 최고의 역작.
"(냉장고문) 열지마 먹지마 돼지될꺼야" 커밍순. -자매품 GT-2130-
3.
따가운 햇볕 내리쬐는 한낮의 녹차밭에서
땀흘려 그들을 재배하는 일이 우리 인생이라면
어스름한 저녁 달빛 아래
뜨거웠던 열기 고스란히 우려낸 녹차를 마시며
진한 내음 지난 나를 반추하는 것도 인생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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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볼 것이 있어 15년도 더된 일기장을 들춰보았는데
잊고 지낸 것이 너무 많아 놀라울 따름이다.
특히 4학년때 선생님은 여러모로 안좋았던 기억뿐인데
매주마다 일기 내용에 대해 따뜻하게 글을 남겨준
유일한 선생님이 바로 그 선생님이었다는 사실을
방금 확인하고서는 충격에 휩싸였다는 사실.
사람들이 일기를 쓰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오늘 나는 거기에 한 가지의 이유를 더 붙여본다.
"기억의 균형을 위해 일기를 쓸 것."
5.
김해김씨 안경공파의 69대손 선조이시고 (나는 74대)
고향이신 충남 당진은 외가가 있는 곳이기도 한,
우리나라의 첫 사제이시며,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나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
6.
조군은 제가 땀을 많이 흘리는 이유가 인내심이 부족해서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그럼 저는 웃으며 조군에게 이렇게 말하곤 하지요.
7.
장마라고 하지만 갑작스레 쏟아지는 비를 제외하고는 그냥 흐린 날씨.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오늘같은 날은 맞바람이 시원하게 분다는 사실.
내 방문과 거실 유리문을 모두 열면
연아의 씽씽 에어컨과는 비교도 안되는 살아있는 바람이 불어오는데
문고리를 잡고 움직이면 미풍에서 강풍까지 세기도 조절할 수 있다.
8.
도전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최고가 되는 것이고
최고가 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되는 것이다.
외롭고 쓸쓸했던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 했지만
전 세계의 추모 물결 속에서 그가 곧 인류의 전설로 남았음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제는 고인이 된 마이클 잭슨.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