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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서/가늘고길게

진성고등학교 : Ending Credit

생각의탄생 2008. 3. 1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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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3월 - 2001년 2월.
진성 4기. 처음과 끝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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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기억의 끝자락을 잡으며.

사실 앞서 별다른 흥미거리 없이 진성고에서의 일과를 적어놓은 글은 지금에 와서야 기억해 내고 정리한 글들이다. 나름대로는 조금이라도 더 생동감을 주기 위해 현재 시점에서 썼고, 역시 조금이라도 더 기억해 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2년이라는 시간은 단지 아름다운 추억이었다는 느낌을 남겨 놓았을 뿐, 나에게서 대부분의 기억들을 앗아가 버렸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기록해놓았다면 좋았을 것을. 지금이라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이 더 사라지기 전에 글로 남겨야 겠다는 생각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과연 내가 얼마만큼 잊혀진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진 채로.

글을 마치고 나니 역시나 아쉬운 생각이 앞선다. 시간에 쫓기는 듯한 느낌에 원하는 대로 마음껏 표현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고, 기억 저편에서 희뿌연 망각의 안개에 가리워져 보일듯 보이지 않는 잊혀진 무언가가 남아있다는 점도 그러했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3년간 반복해온 단순한 일과를 서술하는 것일 뿐, 그 속에서 우리가 겪었던 하나하나의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푼다면 먼 곳으로 이야기 여행을 다녀온다고 해도 충분치 못할 것이다. 모든 교실, 모든 선생님, 모든 장소, 그리고 한명, 한명 개개인의 친구들에 이르기까지 서로에 대한 추억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비록 많이 잊혀졌다고 해도 말이다.

이 글을 쓰면서 어떠한 욕심도, 기대도 없다. 다만 훗날 기억이 희미해져 갈 때 즈음, 이 글을 읽으며 잃어버렸던 기억의 조각을 다시 찾아내 그 추억의 그림을 완성하는 것. 그리고 행복해지는 것. 그 뿐이다. 또한 나는 소망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살며시 웃음지을 수 있기를. 진성이 내게 남겨준 가장 큰 선물인 나의 친구 선배 후배들과 술잔 기울이며 한바탕 크게 웃음지을 수 있기를.

2003년 2월. 군입대를 앞둔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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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몇몇 이야기와 사진들을 보태고, 조금 더 보기 좋게 리뉴얼하여 재업뎃 완료.
"시간이란거. 기억이란거. 아무리 붙잡으려 해도 냉정하게 뿌리치고제 갈길을 가는 냉정한 녀석들이니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건, 이 추억들을 꺼내어 보기 쉬운 곳에 잘 정리해서 놓는 일. 그뿐."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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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가기전 홈페이지에 썼던 글을 지금은 유명무실한 진성고 다음카페에 친구가 퍼올렸던 것을 시작으로 제대후 네이버 블로그에 올리면서, 선,후배님들의 짧은 댓글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더랬다. 정작 학교에 다닐 당시에는 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도 했고 (미녀작가가 되신 옐흥신소장님과 같은), 근래에는 글에도 언급했던 박한철 선생님께서 검색중에 블로그를 찾아 오셔서 글을 남겨주시기도 했다. 돌머리가 되어버린 2년의 시간 그 이전에 짧게나마 정리를 해 놓은 것이 지금 생각해 보아도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말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은 나의 내면을 나타낼 수는 있지만, 그 즉시 언어라는 굴레에 가두어버린다는 점에서 참으로 아이러니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나의 표현은 지극히 제한적인 수준이므로 그 안타까움이 더한다고나 할까. 하지만 나는 기록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대로 놓아두면 어차피 점점 사라질 기억이므로. 가끔씩은 이 기록이 오랜시간 후에 나와 우리를 행복하게 하므로.

2008년 3월. 티스토리 블로그로 옮기며.


진성고등학교 시리즈는 총 20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바로가기]
시작 : Prologue
아침편  :  첫번째  두번째
주간일과  :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다섯번째
야간일과  :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단편의 기억들  :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특별편  :  교복  진성7무  교지편집부  패러디  졸업생의 눈으로
끝 : Ending Cre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