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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고등학교 : 주간일과 [2]

생각의탄생 2008. 3. 15. 15:29

2. 주간 일과 스케치

다른 학교를 가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 학교 좋은점이 선생님들이 젊다는 것이다. 선생님들이 젊으셔서 좋은게 뭐가 있냐고? 젊다는게 뭐지? 뭔가 하려고 하는 열정 아닌가? 분명 뭔가 더 가르쳐 주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은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안해서 그렇지 -_- 국어나 국사와 같이 어떤 내용상의 흐름을 필요로 하는 과목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수업은 선생님께서 준비하신 프린트로 이루어 진다. 간단한 내용이 일목 요연하게 정리된 프린트, 그리고 수업시간 도중 배운 내용으로 빈 칸을 채워나간다.

가장 필기가 많은 것을 꼽으라면 단연 국어다. 지금도 문제집으로 진도를 나가기 때문에 별반 다를바 없지만 책으로 수업했던 1, 2학년 때는 그 양이 정말 대단했다. 이것저것 어찌나 설명을 필요로 하는 내용들이 많은지. 혹여 국어 문법과 관련된 단원이라던가, 고전 문학이라도 나올라치면 죽음이었다. 정말 수업하기가 싫을 만큼. 하지만 끝까지 정리하고 깔끔하게 필기되어진 책이나 노트를 보고 있노라면 뿌듯함마저 느껴진다. 그래도 안심할 수 없어 시험때만 되면 서로의 책을 빌려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넣곤 한다. 가끔 생각해 보면 내가 너무 정리하는 것 자체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닌가 스스로도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안하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은가. 때가 때이니만큼 정리하는 것은 좀 자제하려고 한다.

2학년때까지만 해도 교과서로 진행되고 모두가 처음 배우는 내용들 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긴장감이 있었다. 하지만 3학년이 되면서 정규 수업시간에도 문제집으로 보충이나 복습위주의 수업을 하기 때문에 어떤 때는 이게 보충수업인지 정규수업인지 혼동되기도 한다. 아니다. 어떤 수업시간이든 지겨운 것은 사실이다. -_-

아무튼 2교시가 끝날 때 쯤이면 몇몇 아이들을 빼놓고는 대충 잠에서 깨어난다. 아침을 안먹었거나 먹었어도 잠에 에너지를 소비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럴경우 매점을 이용한다. 제일 자주 먹는 메뉴는 튀김우동! (이건 나만 그렇다.) 뜨헉! 어느새 젓가락만 달랑 들고와 옆자리에 앉아 있는 빈대들. 늘상 보던 익숙한 얼굴이다. 하지만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빈대는 생활이다. 남의 일이 아닌 '우리' 생활인 것이다. 오늘의 빈대가 내일의 물주가 될 수 있다는 간단한 믿음 하나가 3년을 버티게 했다. 사실 1학년때까지만 해도 빈대는 별로 찾아보지 못했다. 서로 잘 몰랐던 시기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빈대라는 그 개념 자체가 희미했다.

진성인의 3대 필수 생활용품 : 휴지, 치약, 비누

를 각자 가지고 있던 시기도 옛날 옛적 있었다. 그랬던 것 같다. 그랬나? -_-;; 아무튼 시간이 지날수록 이 필수 요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줄어들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다른반에서 구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가끔 보면 쉬는 시간에 얼굴이 매우 붉어진 상태에서 뭔가 억울하고 억압된 표정으로 우리반에 들어와 '휴. 휴지..' 를 외치던 다른반 친구들도 있었고 내가 그런 경우가 되기도 했다. 나도 진성인이기 때문에. ^^ 같이 다니는 친구들 사이에서 하나쯤은 있겠지만, (그룹도 그룹 나름이다. 절대 없는 그룹도 있다..;;) 그것도 찾기 어려운 법. 간혹 재수가 없는 경우 새로 사온 치약을 월요일날 발빠른 입의 소유자에게 들켜버리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그날로 그의 것이 아니다. 치약이나 비누가 얼마나 빨리 닳아 없어지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나도 2학년때까지는 나름대로 필수 요소를 모두 구비하였었으나 빈대의 집단 난동으로 모두 없어진 이후로는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지는 않다. 가끔 비누나 사올 뿐. 근데 지금은 없다. 저번주에 새로 사와서 정성스레 우유곽을 잘라 넣고 책상 아래쪽에 놓아두었는데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버렸다. 뭐 너무나 익숙한 일이라 심상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 이제는 너무나 자주 빌리는 행위에 대해서도 별다른 죄책감마저 들지 않는데 말이다. 간혹 밥을 일찍먹고 교실에 들어오는 경우. 그러니까 사람이 많이 없는 경우에 몰래 사물함 한쪽 끝에서 치약을 꺼내던 한명이 발각되었을 경우. 그는 입막음을 약속받고 목격자에게 필수요소를 제공하곤 한다. 치사한 방법이지만 어쩌랴. 입만 뻥긋하면 그의 치약은 이미 그의 것이 아니게 될 것을..

제한된 장소에 오래 있다보니 느끼는 건데 참 말 한마디의 무서움을 알겠더라구. 소문이란 것도 그렇고. 흠. 어쩌다 이런 이야기가 나왔지? 아무튼 그렇게 맛나게 라면을 먹으면 종이 치기 직전. 3학년이니 층도 가까운 3층이겠다 국물까지 후루룩 다 마시는 여유를 부린다. 그리고 종이 울리면..! 거침없이 교실로 뛰어간다.


진성고등학교 시리즈는 총 20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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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
Prologue
아침편  :  첫번째  두번째
주간일과  :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다섯번째
야간일과  :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단편의 기억들  :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특별편  :  교복  진성7무  교지편집부  패러디  졸업생의 눈으로
끝 : Ending Cre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