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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고등학교 : 야간일과 [2] 본문
2. 행복했던(?!) 야간 자율학습.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해야겠다. 샤워를 마치고 나면 30여분이 남는데 보통은 교실로 간다. 3학년이 되면서 유일하게 티비를 볼 수 있는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도 여럿이서 모여 보면 더 재미있다는건 다 아는 사실일테고. 별로 웃기지 않은 장면도 몇 명이 웃으면 전염이라도 된 양 여기저기서 큭큭댄다. 간혹 티비를 보러가지 않으면 기숙사에서 잡담을 하거나 운동도 하고 산책을 즐기기도 한다. 어찌나 시간이 빨리 가는지. 저녁먹고 샤워하고,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교사동 건물 주위를 걷거나 중앙현관 계단에 앉아서 얘기좀 하려고 하면 종이 쳐 버린다. 이런.. 가끔 얼굴만 아는 여학생들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안. 안녕-' 어색하게 인사하기도 한다. *-_-*
아무튼 또 그렇게 황금같은 한시간의 자유시간이 지나고 나면 일곱시 이십분부터 자율학습에 들어간다. 반장은 인원체크를 하고 칠판에 '총인원, 현재인원, 사고' 등을 적어놓는다. 종이 치고 야담이 들어왔다. 얼마 전까지는 3년 기숙사 생활하는동안 가장 편하고 인간적으로 대해주셨던 김웅 선생님이셨는데 지금은 최악이다. 역시 실명을 거론하는 것은 좀 그렇고 이른바 '걸뱅이' -_- 뭐 인간적인 대우는 바라지도 않지만 마주치는 것 자체가 껄끄럽다. 야담이라는게 그렇다. 분명 통제를 위해서는 필요한 존재이지만 학생들의 실정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으면 인간적으로라도 대해주셔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가끔은 너무나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나 통제, 체벌을 받곤 하는데 그럴땐 정말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다. (사실 가끔이 아니라 자주 그런다. -_-)
3개월마다 야담이 바뀌므로 지금껏 많은 야담이 나를, 우리반을 거쳐갔지만 그다지 좋은 기억을 남기고 떠난 사람은 없다. 너무 피곤해서 졸고 있을 때 다독여주기는 커녕 앞에서 책을 집어던지거나 바로 생활교육으로 넘기는 야담이 있었는가 하면 막무가내로 행동 하나하나를 통제하는 야담까지. 지금이야 뭐 워낙에 적응이 된데다가 내성까지 생겨서 별다른 문제는 없지만 생각만하면 으윽- 아무튼 '걸뱅이'가 들어왔다.
구호 준비!
'야!'
구호 시작!
'최선을 다하자! 최선을 다하자! 나는 할 수 있다!'
바로! 착석!
매 시간 하는 구호. 처음 학교에 들어와서는 이런 구호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당황스럽고 하면서도 웃기기까지 했지만 지금은 별다른 느낌이 없다. 워낙 적응이 된데다가 생활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역시 다들 열심히 공부한다. 대단한 녀석들. 아까는 그렇게 졸더니만. 제대로 충전하긴 했나보다.
이렇게 2교시가 가고나면 간식시간. 특별히 20분의 쉬는시간이 주어진다. 주로 숙면을 취하거나 졸립지 않은 경우 매점에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뭐 체력단련 한답시고 운동장에서 뛰거나 축구를 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오늘도 한 녀석이 운동화를 빌려갔다. 학교에 있으면 체육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실내화를 신고 있기 때문에 운동화는 신을 일이 거의 없다. 더군다나 아침점호를 마치면 기숙사에 자러가면서 사물함에 넣어놓기 때문에 교실에 운동화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 아무튼 오늘도 친구들과 매점에 들렀다. 역시나 바글대는 사람들. 오늘은 라면이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겨울에는 추워서 잘 나오지 않지만 여름이나 봄, 가을에는 산책을 많이 한다. 특별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같이 다니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간단한 이야기를 하며 걷는 것 뿐이지만 뭔지 모를 휴식의 의미 그 이상이 있다. 산책이라는게 그래서 좋은건가? 시원한 공기도 마시고, 교실에만 있다가 오랜만에 나와서 돌아다니는 친구들도 보고. 뭐 할 얘기 있으면 가끔 여자 아이들과 이야기하기도 하고. ^ ^ 그래도 20분은 너무 짧다. ㅠㅠ 벌써 5분 전 종이 쳐서 느리적- 거리면서 교실에 들어왔다. 쉬는 시간은 왜이렇게 빨리가는지 몰라~ 3교시가 되자 좀 지겨워진다. 요즘 들어 확실히 느끼는게 여유란건 진짜 여유로울 때는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뭔가 쉬고 싶을 때. 일상에 지쳐 있을 때 조금씩- 아주 조금씩 쉬어가는 시간이 진짜 달콤한 여유라는 생각이 든다.
3학년이 되고 뭔가 더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예전보다 더 자주 글을 쓰는 것 같다. 뭐 잘 쓰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문학적으로 기교있게 쓰는데는 더욱 자신없지만 그냥 쓴다. 생각나는 그대로. 그러면 뭔가 짐을 덜어버린 듯 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부정적인 내용이 많다는 것 뿐. 그래서 3교시나 4교시중 한시간은 글을 쓰거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한다. 맨 뒤에 나가서 야담 눈치보면서 이야기 하는 맛도 꽤 쏠쏠하다. ^ ^ 남자도 여자만큼이나 수다에 능숙하다는걸 보여주기라도 해야 한다는 듯이. 고민에서부터 오늘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까지. 그래도 자기전에는 스트레스를 좀 덜어야 할 것 아닌가! ^_^ 이런게 지루하면 가끔은 1,2교시에 '질의 응답'을 핑계삼아 좋아하는 (이야기가 통하는) 선생님께 가서 학과관련 질문보다는 이야기하면서 노는 친구들도 있고 양호선생님과 친분이 있는 경우 편하게 누워있다 오거나 혹은 양호선생님하고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때우다 오는 경우도 있다. 흠.
참! 어제는 야간 생교, 생활교육이 있었다. 야간에는 또 야간대로 생교가 이루어지는데 그래도 주간보다는 좀 낫다. 나는 당해보지 않았으나 가끔 보면 차라리 벌을 받거나 일을 하는게 낫지 교무실 앞에서 죄목(?)이 씌여진 종이를 들고 점심시간내내 무릎 꿇고 있었던 적도 적지 않다. 밤에는 죄목이 참 특이하다. 너무 많이 졸았다거나, 야담한테 대들었다거나,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거나 하는 등등. 나도 야간생교는 몇번 받아봤는데 (한번이었던가? -_-) 뭐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 그렇게 심하게 벌을 주는 것도 아니고. 좋게만 생각하면 얼마든지 좋게 ^ ^ 정신적으로 피곤할 때는 '달밤에 체조하는 것도 좋지 않은가!' 라고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으아악~~ 야담들!! 졸업하면 보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