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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고등학교 : 야간일과 [1]

생각의탄생 2008. 3. 15. 15:53
1. 저녁 자유시간, 그리고 샤워실의 전설

겨울이라 그런지 9교시가 채 끝나기도 전에 밖은 벌써 어둠이 깔려있다. 하지만 또 이만큼이나 아이들이 쌩쌩한 시간도 없다. 역시! 저녁시간이 코앞이기 때문이다. 식사시간이 전체 일과를 통털어 얼마 안되는 유일한 자유시간이기도 했거니와 이미 공부 혹은 잠에 치명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해버리고 지친 아이들에게 유일한 재충전이 시간이기도 했기 때문에 아이들의 눈망울은 여느때보다 초롱초롱하다. 칠판에 써있는 수많은 글씨들이 저녁 메뉴로 보이기 시작한다. 8교시때 매점 내려갔다온 녀석이 저녁식단을 알아가지고 왔는데 그다지 나쁜 것 같지는 않다. 에혀~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다.

저녁 시간은 점심때 만큼이나 순위싸움이 치열하다. 다들 뛰어나갈 준비를 하고. 종이 치고 반장 인사가 끝남과 동시에 출발! 이 때 타이밍을 놓쳐버리면 아예 늦게먹는 편이 낫다. 워낙에 줄을 많이 서있기 때문에 -_- 서로 눈치보며 뛰어가는 것도 그렇고, 첫번째로 밥을 먹는다는 그 희열!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그 뿌듯함이란! 밥을 다 먹고 샤워도 하고 시계를 보니 30여분이 더 남았다. 모든 것을 제일 먼저 하는 3학년이란 것도 있지만 시간관리 능력은 분명 예전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것이 분명하다.

참! 샤워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역시 끝이 없을 것만 같다. 기숙사로 들어오면서 식당 문 옆에 바로 붙은 것이 바로 남자 샤워장인데 이곳 역시 남학생에 대한 인권유린의 현장이 되기도 했다. 워낙에 아이들이 들락날락 거리는 곳이어서 가끔 문이 열려져 있는 경우도 있다. 샤워실 문에서 정면쪽으로 커다란 거울이 있고 왼쪽에 바로 옷갈아입는 탈의실이 있는데, 거울이 있던 벽 그리고 탈의실 사이의 조그마한 틈이 문제였다.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밖에서 좋은 각도의 위치를 잡고 보면 샤워를 마치고 탈의실로 가는 남학생들을 볼 수도 있었다고. 이에 희색을 하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여학생이 존재했다고는 하나 정확한 신원은 미상이다. 어째든. 그런 이야기가 있었던 이후에 칸막이가 설치되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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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샤워실 외부, 내부 전경 전격 공개! -ㅂ-
전교생중 절반인 남자 600여명이 사용하기엔 매우 부족할 것!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어불성설! 진성엔 불가능이 없다!

상 : 인권유린 사건 후 칸막이가 설치된 모습.
하 : 샤워실 내부. 여자는 각각 칸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함.
(남자쪽도 그렇게 만들어줘! 부끄로와! ^-^*)
[출처 : 사이좋은 사람들 / 내친구 종민군 미니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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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의실이라고 별거 있는건 아니다. 커다란 방에 몇개의 바구니. 끝이다. 우유박스같은 바구니에 옷이나 가방을 놓곤 했는데 대중 목욕탕만한 크기도 아니고 시간대가 다르기는 하나 아무래도 전교생이 이용하기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에 바구니 하나에도 두 세명이 짐을 놓곤 했다. 샤워는 대충 -_- 샴푸는 언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만큼 사치품에 속하고 그나마 비누가 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 서로를 빈대로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꼭 한명씩은 타겟이 있기 마련이고, 혹 없다면 우리 착한 후배들의 비누를 얻어(?) 쓰기도 했다고.

샤워실과 관련된 일화. 아니 이것은 한 두번이 아닌 매일같이 반복되었던 일이었는데 바로 샤워실의 전설, 요소특공대와 관련된 일화다. 어떤 스릴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화장실에서 보는 일을 샤워실에서 보는 만행을 저지르는 몇몇 학생들이 있었다. 인권보호을 위해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겠으나 H군, K군, L군 등이 주요 인물이다. 이들은 주로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있는, 특히 머리를 감고 있어 눈을 감고 있거나 뒤를 돌아보고 있는 아이들을 주 타겟으로 삼았는데 정말 무서웠다. 일반적으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기 때문에 그것(?)과 그것(!)은 쉽게 구별하기 힘들다. 정말이다. 썅 -_+ 다행히 나는 당한 경험이 없는 듯 하다. 내가 여태껏 모르고 있었던 건가? 차라리 그게 낫지. -_-;; 혹 그들의 목표물로 몰리게 되면 쥐도 새도 모르게 당할 수 밖에 없는데 정예단원 모두가 모여 한가운데로 물줄기를 뽑아내면 그 위력은 당할자가 없다고 전해진다. 당사자는 '오- 오늘 따신 물이 정말 잘 나오네-' 하겠지. 윽-

가끔은 이들의 만행이 당사자에게 발각되기도 했는데 그렇다고 싸우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다만, 몇번을 행구어내도 남아있는 그 찝-찝-함 때문에 몸이,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닦고 또 닦고 나오곤 했다. 불쌍한 것들. 어쩌다.. -_+ 정말 무서웠던건 샤워 전 일과중의 그들의 행동이다. 혹여나 그들의 눈밖에 나 작업 대상이 되면 마치 협박이라도 하듯 가까이 다가와 이런 말을 속삭인다.

'나. 세시간 전부터 화장실 안갔다.'

더이상 생각하기 싫다. ㅠ_ㅠ혹 진성고 남학생 전체의 일로 확대해석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이 학생들은 극- 아주 극~~ 소수의 학생이므로. 본인은 절대 아니다! 아무리 오래 같이 살면서 서로를 닮아가는 경향이 있다고는 하나, 본인도 이성적인 인간이다. 오해말라! 절대!


진성고등학교 시리즈는 총 20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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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
Prologue
아침편  :  첫번째  두번째
주간일과  :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다섯번째
야간일과  :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단편의 기억들  :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특별편  :  교복  진성7무  교지편집부  패러디  졸업생의 눈으로
끝 : Ending Cre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