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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고등학교 : 주간일과 [1] 본문
1. 아침잠, 졸음에 대한 이야기
고샘의 아침조회가 끝나고 주위를 둘러봤다. 책상위로 올라온 머리가 거의 없다. 다 어디간거지? -_-; 물 뜨러 가면서 한번 보니 가관이다. 다들 전용베개를 하나씩 놓고 너무나 편하게 자고 있다. 그렇다고 푹신한 쿠션을 이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쿠션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정석책이다. 대단한 녀석들. 짧은 잠을 자면서까지 학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못다 이룬 그 꿈을 '꿈'에서라도 이루려는 의지! (흠. 사실 정석책만큼 엎드려 자기 좋은 높이의 책도 없지. ^ ^ 좀 딱딱하다면 수건 한장을 살포시 얹어놓으라. 쿠션이 다 무어냐)
하지만 이것도 잠시뿐. 수업이 시작되면 엎드려 잘 수가 없다. 당연하지.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는데! 그것은 선생님께, 수업에, 그리고 나아가 이 나라 교육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렇다면 예의를 지키면서도 나의 잠에 대한 욕망을 훌륭히 채울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존재하지 않는단 말인가! 아니다. 구하면 얻고 두드리면 열린다고 하지 않았는가. 진성고 3년은 허사가 아니었다. 우리는 그 방법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지 2년여만에 결실을 거두었다. 우리가 분위기 조성을 했다면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의 기여도가 있다고 보아야 하겠지만, 결정적으로 이 연구의 핵심기술을 개발, 널리 알려 학생을 이롭게 했던 사람은 단 한 명이다. 난세에 영웅은 둘이 될 수 없으니 유일한 한명, 그 이름도 찬란한 H 군이다.
학생들도 나름대로는 다양한 방법으로 '졸기'를 시도하였으나 여러해 다양한 경험을 해오신 선생님들께는 그저 우스운 시도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다. 턱을 괴는 것은 물론이오, 끊임없는 수련 끝에 졸면서도 고개의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경지에까지 다다랐으나 실패였다. 졸음에 감기는 눈은 어쩔 수 없는 아킬레스건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H군은 남달랐다. 그의 방법은 이러했다. 의자에 비스듬히 앉고 최대한 몸을 편 채 고개는 45도 아래를 향한다. 제대로 된 자세를 잡았다면 눈은 정면에서 약 15-20도 아래를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바로 그 자세이다. 앞에서 보면 마치 책을 쳐다보고 있는 듯 한 모습. 아이들도 놀랐던 것이 2학년의 어느 날, 역시 아침수업 시간에 모두가 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에 일어났던 일이다.
사건은 최소영 선생님의 국어 수업시간이었는데 역시 몇몇 학생들은 졸음때문에 몇번이고 지적을 받으며 더이상은 견디기 힘들어 맨 뒤 사물함으로 하나 둘 나가고 있을 즈음에 일어났다. 선생님께서 하시는 한마디.
'야 너희들 졸아도 너무 존다. 저기 H군좀 봐. 곧은 자세로 계속 책 보고 있잖아.'
짝마저도 몰랐다. 그가 졸음의 경지를 넘어 그 자세로 너무나 편하게 잠들어 있을줄은. 흔하지 않은 칭찬에도 반응 없이 곧은 자세를 유지하던 그는 결국 안타깝게도 발각되고 말았다.
3학년이 된 지금은 도서실에나 있는 책상이라 몰래 수면을 취하기는 예전보다 용이해 졌으나 그 때는 정말 대단한 발견이었다. 가끔 윤리 선생님 시간에는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라는 고난이도의 요구를 하셔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3분단 뒤에 앉아있는 H를 보면 정말 타고났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그는 눈 뜨고도 잔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졸음과의 싸움. 그것도 일종의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체력이 안되면 정신력으로라도 버티는 의지. 한 시간 내내 책 한 장을 넘기지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깨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도 왜 자꾸 자고만 싶은지. 커피 두 잔을 마시고, 꼬집고 뺨을 때리면서까지 공부했던 1학년 때가 차라리 더 열심히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누워있는 아이들을 보며 혀를 쯧쯧 차면서도 곧장 자리로 가서 정석책을 꺼내놓는 내가 참 한심스럽다. 쿠션이 있긴 한데 누구한테 가 있는지 모르겠다. 에구 모르겠다. 졸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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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고 3학년 교실. 요즘에는 책상이 새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때는 책상 위 아래, 사물함에, 그리고 박스에. 책이 넘쳐났었는데.
적당히(?) 지저분한 교실의 모습. 저모습이 우리네 살았던 진짜 풍경!
[출처 : 사이좋은 사람들 / 배태관님 미니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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