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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고등학교 : 주간일과 [5]

생각의탄생 2008. 3. 15. 15:45
3. 점심시간과 방학 특강, 그리고 금단의 문.

 가끔은 점심을 먹지 않고 축구를 한다. 점심시간이 한시간이기에 밥까지 먹을 시간은 없기 때문이다. 다년간의 노하우로 한시간만으로 샤워와 식사 산책 티비보기 등을 넉넉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지만 축구만큼은 어쩔 수 없나보다. 뭐 겨울에는 날씨가 춥기 때문에 축구를 하는 날도 적고 한다 해도 땀이 많이 나지 않아 할만하지만 여름에는 그야말로 죽음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운동까지 하니 안봐도 뻔한 얘기 아닌가. 배추와 갬생만큼이나 땀이 많이 나서 심지어 여름에 육계장이 나오면 아예 먹지를 않는 나인데 거기다 축구까지 한다니.
 
신나게 축구 한판을 마치고 들어오면 진성티가 땀으로 다 젖기 마련이다. 점심시간에는 샤워장 문이 닫혀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화장실에서 샤워를 한다. 달랑 하나 있는 수도꼭지 옆에서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는 우리. 뭐 샤워실에서 볼꺼 못볼꺼 다본 친구들이기에 민망하다는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지만 이건 좀 부끄- 민망- 한 광경. 어디서 빌려왔는지 모르는 비누를 가지고 말이다. ^ ^ 문제는 화장실 샤워를 마치고 나서다. 이성교제마저 교칙상 금지되어있을 만큼 워낙에 폐쇄적인 데다 학교 일과상 남여사이에 볼 시간도 별로 없으니 유일한 대화 창구는 남자쪽과 여자쪽을 막은 벽 한가운데 있는 유리문일 수 밖에 없다. 가끔 선생님이 안계실때 서로 문을 빼꼼히 열고 '저기~' 하고 주변에 있는 사람을 부르곤 한다. 뭐 CA노트를 돌린다거나 편지같은걸 서로에게 전해주라고 있는 문인데, 그게 가끔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다행히(?) 경험담은 아니지만, 어느날 다른반 친구가 역시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와 자기 반으로 뛰어가던 길에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짐작했겠지만 바로 그때 하필.. 여자쪽에서 '저기~' 하고 문을 빼꼼히 열고 만 것이다. 얼마나 민망했겠는가. 오우~ 생각만 해도 소름이 확 돋네- 오후 수업시간이 임박했을 때 윤리 선생님께 목격(!)된 적도.. -_- 여자쪽 교실이 바로 옆 기숙사 건물의 남자쪽 기숙사와 가까이 있어 가끔은 인권이 유린(?)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곤 했지만 (ㅋ) 이건 좀 너무했다는.. 아무튼 여러 사건들이 참 많았다. 특히나 기숙사 학교라는 이유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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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이 바로 금단의 문! 교칙상 저 문을 통해
남여가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금기사항이었다.
하지만 가끔은 훌륭한 놀이 도구가 되기도 하여,
가위바위보로 진 사람이 여자쪽 벽 끝을 치고 오기나
'보쌈'이라고 하여 상대쪽으로 한명을 넘기고
문을 잠궈버리는 잔혹한(?) 행위를 즐기곤 했다.
지금은 사라진 금단의 문. 저거. 나름대로 재미있었는데.
진성 무슨재미로 사나? ^-^
[출처 : 사이좋은 사람들 / 신보람님 미니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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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기숙사에 들어와서 신문을 제외하고는 티비나 라디오조차 들을 수 없어서 참 답답했다. 중학교 때 까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라디오를 듣고 매주 주말 드라마도 챙겨보고 했었는데. 심지어는 한일전이 있던 날 축구까지도 보여주지 않아서 원성을 많이 샀지만 지금이야 아무리 요구해도 결과는 불보듯 뻔한데다 워낙 무관심해진 덕택에 편해지긴 편해졌다. 하지만 요즘은 재미있는 드라마를 하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 '허준'이라는 드라마인데 비록 주말에 재방송을 한다고는 하나 역시 챙겨보는 것은 학원 때문에도 그렇고 귀차니즘이란 무서운 병이 있기 때문에 어렵다. 재방송을 본다는 것 자체가 흥미를 떨어뜨리기도 하고. 하지만 유일하게 이 드라마에 대한 줄거리며 내용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바로 보충수업시간. 박숙녀 선생님의 수학시간이다.

처음에는 수업시간에 허준이라는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따분함을 이기기 위해 잠깐씩 이야기를 하는 정도였는데 어느새 수학시간 초반은 선생님을 통해 드라마 줄거리를 듣는 시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어찌나 생생하게 이야기를 해주시는지. 몇몇 주인공들은 적절한 성대모사까지 섞어서 해 주시니 오히려 직접 보는 것 보다 재미를 더한다. ^ ^ 허준이 어쨌느니 예진아씨가 어쨌느니. 마지막 '두둥 다음 줄거리~' 를 말씀하실 때는 정말 아쉬웠지..
보충수업 시간이면 우리는 매 정규 수업시간과 똑같이 수업을 진행하곤 했지만 바로 아래 학년인 2학년부터는 특별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축구나 여타 운동, 그리고 특기활동을 한다. 7교시를 넘어서면서 힘들고 지루해진 상태에서 '야~아~' 하면서 축구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뛰어나가는 후배들을 볼 때면 어찌나 부러운지. -_-

아! 방학동안에는 특강수업이 이루어진다. 점심시간 이후 5교시까지만 정규수업을 하고 나머지 4교시는 특강이었는데 각자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 듣는 것이었다. 특강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교실에서 자습을 하고. 유일하게 선생님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는데 역시나 수업이 재미가 없거나 무서운 선생님들의 수업은 폐강되기 십상이었지만 인기있는 몇몇 선생님들의 수업은 학생들이 넘쳐 분반되는 사태까지 발생하곤 했다. 또 좋은 점 하나는 특강만큼은 남녀 구분을 하지 않아 금단의 저 문을 열고 남여 교실을 이동할 수 있다는 데 있었다. 뭐 그때 여자에 대한 환상이 깨지긴 했지만 말이다. ㅋ

가장 기억에 남는 특강시간은 단연 고1 겨울방학의 국어과 소설 특강 시간이다. 역시 분반되어서 최소영 선생님과 김은정 선생님이 방학중 반반씩을 나누어 맡아 하셨었다. 평소에는 진도를 맞추느라 일반 교과 외에 별다른 발표활동이 없었지만 특강이니만큼 발표수업을 주로 했다. 첫 발표가 우리반 우리조였는데 이 때 우리가 약간, 아주 약-간 신경써서 발표했던 것이 각 반에 경쟁심을 자극했던 것 같다. 소설에 대한 정리 프린트는 내가 만들었고 나머지 내용은 어떻게 할지 서로 상의를 했었는데 아마 주인공을 직접 연기해서 인터뷰 방식으로 심리상태를 표현했었던 것 같다. 그 이후에는 프린트 제작에서부터 발표하는 방식까지 다양한 방법이 나왔다. 연극이나 인형극도 있었고 역시 우리반의 첫 시도로 비디오카메라로 직접 찍어 발표하기도 했다. 사실 이러려고 발표수업을 택했던 것은 아닌데. 역시나 귀차니즘때문에 조금은 힘들었지만 유일한 합반시간인데다 발표하는 재미까지. 누가 당할 소냐~

비디오 카메라로 직접 영상 제작물을 만들려는 시도는 두번째 발표 시간에 있었다. 유일하게 비디오 카메라를 가지고 있던 깜댕이네 집에서 이루어졌는데 처음에는 인형극을 찍어 발표하려 했으나 교회에 인형이 있다는 J군의 불참으로 안타깝게 수포로 돌아가고 참 막막했다. 결국 두꺼운 도화지로 그림자 형식으로 만들었음. 완벽하게 머릿속에 떠올렸던 그대로 절-대 되지 않아 애를 먹긴 했지만 그래두 첫 시도가 될 거라는 점, 그리고 재미있어 할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견뎠다. (과연?) 형식은 그것이 알고싶다의 포멧을 따라 했고. 물론 여자반에 비해 질적인 측면은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첫 시도에 의의를 둔다는. -_-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반 아이들도 참 여러가지 방법으로 재미있게 발표를 했기 때문에 항상 특강시간이 되면 기대감이 있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 때 만큼 수업시간이 재미있었던 적도 없지 않았나 싶다. 열린 수업이란게 이런 것이구나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고.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다. ^ ^

PS
주간 일과도 정리했고 이제 남은건 야간. 가장 양이 많지 않을까 싶다.


진성고등학교 시리즈는 총 20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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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
Prologue
아침편  :  첫번째  두번째
주간일과  :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다섯번째
야간일과  :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단편의 기억들  :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특별편  :  교복  진성7무  교지편집부  패러디  졸업생의 눈으로
끝 : Ending Cre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