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고등학교 : 단편의 기억들 [2]

5. 기숙사에서의 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화 두가지가 있었다. 뭐 여기저기서 소곤소곤대고 이야기하다 자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일이다. 소곤대는 것 까지는 봐줄 수 있는데 단 한가지. 아이들의 원성을 크게 샀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강모군의 코고는 소리였다. 그의 소리는 여타 아이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예민한 친구들은 정 반대에서 자고 있으면서도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2학년 때의 어느날 밤이었다. 2학년때 우리반은 문 이과가 합쳐진 반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1반 출신이었고 약 10여명이 넘는 아이들이 각 반에서 모여 구성되었는데 강모군은 2반 다수와 함께 올라온 친구였고 현재 앙마란 별명으로 불리우는 곽모군은 다른반 출신이었다. 알다시피 기숙사 침대는 성으로 분류된 번호와 같이 위 아래로 순서대로 쓰게 되어있다. 강 과 곽. 절대 멀리 떨어질 수가 없다. 그 때 그 상황을 지켜본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이러하다. 그 날도 강군의 엄청난 압박에 잠을 이루지 못하면서도 뭐라 한마디 못하고 모두가 분통이 터지던 그 때, 위에서 어떤 어둠의 그림자가 내려와 아무말 없이 강군을 밟았다고 한다. 그가 남긴 말은 단 한마디. '신발새끼' -_-;; 다음날 그 주인공이 곽군이라는 것을 알게 된 친구들은 그에게 수호천사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근데 어쩌다가 앙마로 별명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아! 한때 모의고사후 보던 영화 미이라에 나오는 이모템과 그 외모가 매우 흡사하여 잠시 '이모텝'으로 불리기도 했다.

또 한가지는 박군에 대한 이야기. 역시 주변사람들에 따르면 그는 코를 골지는 않았으나 잠꼬대가 심했다고 한다. 보통의 잠꼬대였으면 이렇게 이야깃거리가 되진 않았겠지? 세상에 이런 일이! 그는 항상 꿈을 꿀 때마다 과거로 돌아가는 듯 했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말을 걸면 잠든 상태에서 대답을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어디야? 하면 어디어디. 너무나 정확해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고 하였는데 결정적인 것은 현재의 친구들 이름을 대자 모른다고 했다는 사실이다. 오우- 대단한 녀석 -_-

이것 말고도 기숙사에서의 일화는 많다. 권모군의 타잔쇼 등이 있었으나 심의상 삭제되어 공개는 불가능하다. ㅋ 가끔 다른반 친구들과 이야기하려 몰래 들어가서 잤던 적도 있고. 수능이 끝나던 날 3반에 가서 3명의 J군 등과 이야기하다 잠든 적도 있었고. 아무튼 기숙사학교였던 만큼 기숙사에서의 추억은 남다르다. 정말 많기도 하고. ^ ^

6. 장희태 선생님과 손정모 선생님 그리고 고재원 선생님.

3년간 담임 선생님들이다. 서운해 하실까봐 자세히는 밝힐 수는 없으나 2학년때 담임이셨던 손 모선생님을 제외하고는 참 좋았다. 하긴. 손 모 선생님도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었던 일들 뿐. ^-^

맨 처음 1학년 담임. 장희태 선생님.

관심이 없는 듯 있으신 우리 듬직한 한문 선생님이었다. 듬직한 등치, 거기에 빠질 수 없는 넉넉한 배 만큼이나 온화하신 분으로 기억된다. 가끔 농담도 하시곤 했는데 모 아니면 도였다. ^-^ 그다지 세세한 간섭같은건 하지 않으셨고, 1학년이었으므로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어주셨다. 실제로 대청소를 하면 대걸래를 들고 제일 열심히 청소하시며 모범을 보여주시곤 했던 모습이 생생하다.

어느날은 한문시간이었는데 '여러분. E.T 가 뭔지 아나?' 하셨다. 앞에 앉아있던 나는 조건반사적으로 'Emotional technology요' 라고 대답했다. 그 당시 지겹게 나오던 CF의 모토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못 알아들으셨는지 '오- OFE! 어떻게 알았어? 이불속의 테크닉!' 하시더라구. 어찌나 당황스러웠는지 -_-;; 아무튼..

또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금전적으로도 투자를 아끼지 않으셨다. 후에 여러가지 후일담을 듣기도 했지만 우리가 겪었던 것은 이랬다. 1학년 여름 어느 일요일이었다. 원래 그날은 우리반 아이들과 선생님이 야구장을 가기로 약속했던 날이었 는데 갬생과 나는 학교 설명회 도우미를 하고 있었다. 정문에서 안내를 하고 있을 때 담임선생님께서 다가오시더니 역시 툭 던지는 말투로 '너희들 여기서 뭐하냐. 야구장 안가냐? 빨리 집에가서 옷갈아 입고 와라.' 하고 한말씀 하시는 것이었다. 오옷! 이게 왠 횡재냐! 후다닥 집으로 뛰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돌아왔다. 그 길로 선생님과 학교앞에서 택시를 타고 바로 잠실까지 갔다. 역시 통이 크신 분이다. 아이들은 자기 표값만 계산했을 뿐. -_-

LG와 다른팀과의 경기였는데 먹느라 그랬는지 야구가 아닌 다른 것에 정신 팔려서 그런지 몰라도 경기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_^ 아무튼 경기중에 음료수며 햄버거며 다 사주시구 경기가 끝나고 삼겹살집에 우리를 데려가시더니 20여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저녁을 모두 책임지셨다. 감동의 도가니탕이었다! ㅠㅠ 선생님과 야구장 같은 곳을 같이 간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그 놀라운 "통"에도 감격했고. 우리반이 반대항 축구를 할 때도 반 친구들 모두의 음료수는 물론이요, 수학 여행을 갔을 때도 먹을 것은 끊이지 않았다. 관심 없으신 듯 하면서도 그렇게 챙겨주시는 것. 컨셉이신가보다. 

++

장희태 선생님       손정모 선생님       고재원 선생님

그립습니다.
선생님 모습이.
선생님 열정이.
선생님 사랑이.
++

2학년때는 그야말로 암흑기였다.

솔직히 무서움. 그 뿐이었다. 하긴. 선생님 컨디션이 좋으시면 또 그때만큼 좋은 선생님도 없었지만. But! 워낙에 컨디션이 자주 바뀌시고, 1초만에 바뀌는 표정을 직접 본데다가 워낙에 무섭기 때문에. -_- 벌도 참 많이 받고 어이없는 경우도 참 많이 겪었다.

그 때 우리반이었던 아이들은 모두 기억하겠지만 '다시-!' 라는 유행어가 기억에 남는다. 재우가 참 똑같이 따라했었는데. ㅋ 개인적으로는 아주 어이없는 일을 겪기도 했는데 1학기 초도 아니고 2학기의 어느날이었다. 2학기때는 부반장을 맡고 있었는데 어느날 선생님의 심부름을 했었다. 물론 부반장으로 불려갔던건 아니었고 교무실에 있었다가 불려간 것이었다. 심부름을 마치고 오자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기절하는줄 알았다.

특유의 밝은 표정, 특이한 억양으로 말씀하신 한마디. '어~ 그래! 수고했다! 그래- 너는 몇반이냐아?'
선생님반 부반장도 못알아보시다니. 그래서 '저.. 선생님반 부반장인데요.' 그랬더니
'어어~ 그러냐? 오하하하~' 웃으시는 것이었다.
지금은 우스갯소리로 이런 이야기를 하지만 그때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서운하기도 했고.

뭐 그 이외에 항상 하루하루가 특이한 경험의 연속이었지만 연말 11월쯤이었나. 억울하게- 시험을 보지 않았다고 다음해 2월까지 20여명이 청소를 도맡아 했던 것도 기억나고, 자신의 시를 (불알이란 제목의 시였다.) 서기에게 낭독하게 하시면서 흐뭇한 표정으로 계속 웃고 계셨던 것도 기억난다. 아! 한가지 좋았던 것. 2학년 토요일 마지막 수업시간은 특별 교과(?) 시간이었는데 이때 담당이 우리 담임선생님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때만큼은 참 좋았다. 모두가 짐을 싸서 1층 생활관쪽 복도 끝에있던 화학실로 모이면 한 시간동안 비디오를 보여주셨다. 비록 '기수련' '의천도룡기' 같은 내용이었긴 했지만. 의천도룡기 같은 비디오도 여럿이서 보면 얼마나 재미있다구! ^ ^ 항상 토요일 외출전에 먹는 특식(우동, 짜장면, 쫄면 등 대부분 면 종류였다)도 가장 먼저 먹을 수 있었고-

참! 체육대회! 맨 마지막 학생과 교사가 편을 이루어 달리는 순서가 있었다. 우리는 날라차기 등 전설과 같은 담임의 소문을 듣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그리고 담임에게 바톤을 넘기기 전까지는 우리반이 1등이었다. 하지만 어찌나 느리시던지 -_-;; 아이들 모두가 아쉬워했으나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뭐라 말도  못하고 '수고하셨다'는 말만 건냈다는.. 파격적이던 "회색 용무니 스판" 반티도 생각난다. ^ ^

3학년 고재원 선생님도 좋았다.

역시 워낙에 온화하신 분이라서. 하지만 담임을 맡으셨을 때는 예상외로 어느 정도의 냉정함을 발견하기도 했다. 3학년 때는 워낙에 담임선생님 뿐만 아니라 다른 교과 선생님들도 수업시간 외에는 별다르게 마주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특별한 사건은 기억나지 않고 전체적인 느낌만 남는다. 더군다나 수능을 전후해서 사모님께서 (예전 진성 선생님이셨다. 조용미 선생님) 큰 사고를 당하시는 바람에 경황이 없으셨음에도 끝까지 진학지도를 해 주시려고 노력하셨다.  축구를 매우 잘하셔서 선생님 축구단의 주전 스트라이커셨는데 아마 스승의 날이던가 축구화를 선물로 드린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앞서 쓰긴 했지만 매일 아침 조회때 같은 말로 시작하셨다.
'간밤에 별일 없었냐?'  이것은 선배들 때도 그랬다고 전해진다.

현재 재학중인 학교도 선생님께서 삼촌이 교수님이라는 이유로 추천해주셔서 들어갔는데 -_- KOEX 대학박람회에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모여 함께 관람하고 자장면을 사주시기도. 마지막 강촌여행도 선생님과 함께 다녀왔었다. 아! 그때도 여행 후기를 쓰다 말았는데 아쉽다. 다녀와서 비빔밥을 사 주시고 노래방까지 갔었는데. 선생님의 18번인 안치환의 '사랑은 꽃보다 아름다워'가 기억난다. 여러모로 참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덕하와 내게 학교에 함 들러 술한번 사주시겠다는 약속을 잊으시고, 다른 곳 동문회만 챙겨주셔서 약간 삐지긴 했지만^ ^ 선생님도 뵙고 싶고 선생님의 노래도 듣고 싶다.

PS
축제나 체육대회, 그리고 야영과 수학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남았다. 위에 여러가지 사건들을 쓸 때도 그랬지만 담임 선생님들을 회상하면서 각 학년별로 기억에 남았던 사건이나 친구들, 선생님을 떠올리니 정말 그립다. 정말- 토요일 오후. 갑자기 집으로 귀가하면서 보았던 파란 하늘이 떠오른다. 울컥 눈물이 나올것만 같다. ㅠ_ㅠ

진성고등학교 시리즈는 총 20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바로가기]
시작 : Prologue
아침편  :  첫번째  두번째
주간일과  :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다섯번째
야간일과  :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단편의 기억들  :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특별편  :  교복  진성7무  교지편집부  패러디  졸업생의 눈으로
끝 : Ending Credit